포스트시즌이 시작됐다. 2013 하나은행배 내셔널바둑리그 서울천일해운(정규 3위) 대 전북알룩스(정규 4위)의 준플레이오프 1, 2국이 1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K-바둑스튜디오에서 벌어졌다. 오후6시부터 치른 1국에선 이현준(서울천일해운)이 박종욱에게 184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뒀지만 저녁8시부터 벌어진 2국에서 우동하(전북알룩스)가 정훈현을 272수 끝에 백2집반으로 꺾어 주니어들끼리 겨룬 첫날 경기는 1-1로 서로 팽팽하게 맞섰다.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은 5판3선승제로 진행된다. 12일은 준PO 3, 4국이 열리고 13일은 5국으로 이어진다. 12일까지 3승이 나오면 남은 대국은 생략한다. 3국에선 조민수(서울천일해운) 대 권병훈(전북알룩스)이, 4국에선 김여원(서울천일해운)과 양창연(전북알룩스)이 맞겨룬다. 5국은 김세현(서울천일해운) 대 채현지(전북알룩스). 1국을 승리로 이끈 이현준은 가벼운 마음으로 스튜디오를 나섰고 고형옥 감독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반겼다. 서울천일해운은 정규 11라운드에 1-4로 크게 진 바 있다. 당시 이현준도 졌다. 그랬는데 준플레이오프에서 전북알룩스와 다시 맞붙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부담은 선수가 교체된 점이다. 여성선수 박태희가 지난 7월 프로로 입단했고 그 자리를 김여원이 대신했다. 이현준과 박종욱은 둘 다 실수가 적고 침착한 기풍의 소유자. 그런 만큼 조심스런 초반이 전개됐다. 균형이 한쪽으로 급속히 기울기 시작한 건 하변 전투에서 박종욱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반해 이현준이 좌변에서 상대의 엷음을 추궁하면서부터. 주도권을 잡은 이현준은 중앙을 다지며 점차 집 차이를 벌렸다. 추격하던 박종욱은 더는 해볼 데가 없다고 판단하고 돌을 거뒀다. 반대편 전북알룩스 검토진에서 결과를 지켜보던 유정용 감독의 얼굴은 어두웠다. 신생팀으로서 4강에 든 것만 해도 목표를 달성한 셈이지만 기왕이면 천신만고 끝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기회를 살리고 싶었다. 전북 알룩스는 정규시즌 후반 충남 일양금속과 8승4패에 개인승수(32승)까지 동률을 이루며 박빙의 순위 접전을 벌였고, 주니어 승수에서 앞서 극적으로 4위가 됐었다. 2국엔 ‘에이스’ 우동하가 출전했다. 우동하는 정규시즌 10승2패로 주니어부문 다승ㆍ승률 1위(83%)를 기록했다. 우동하는 ‘링에 오르자’ 특유의 난전으로 상대를 마구 흔들어댔다. 둘은 연습대국을 열 차례 이상 두어본 사이지만 공식경기에서 만나긴 처음이었다. 정훈현도 만만치 않았다. 심상치 않은 이름 ‘훈현’답게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어지간한 상대들은 정훈현한테 말리면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얼이 빠진다고 한다. 우동하는 초반전에 위험을 감수하고 돌진했다. 상변 흑돌들의 연결을 패로 끊자고 한 것이다. 실패하면 후폭풍을 각오해야 하는 형태였다. 원래는 좀 무리한 작전이었는데, 운명이었을까 정훈현이 팻감 공방에서 실수를 했고, 이 공방에서 거둔 우세를 후반까지 이어갔다. 정작 격랑이 몰아친 때는 한창 끝내기가 진행될 때였다. 우동하는 2선 단수에 손을 빼고 다른 곳에 같이 단수를 쳤는데 이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바꿔치기가 일어났다. 이 대국을 해설하던 안달훈 9단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우세한 쪽에서 필요없는 변화는 피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 바꿔치기로 우동하가 얻은 것도 있지만 집 모양이 많이 깨졌다. 이 바람에 역전이 된 것처럼 보였다. 이해득실을 따지기가 애매한, 복잡한 형태여서 한동안 안달훈 해설위원은 '역전일지 모른다.'고 했다. 양팀 검토진이 술렁였다. 주니어들의 대국 1, 2국을 다 가져가는 것은 매우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한 검토 결과 반집 또는 한집을 우동하가 득 본 것으로 밝혀졌다. 전북알룩스로선 지옥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대국을 끝낸 우동하는 소속팀원과 감독이 있는 검토진으로 돌아오면서 한마디 했다. “나, 너무 못 뒀지? 헤헤.”
하나은행이 후원하고 (사)대한바둑협회와 K-바둑이 주최·주관하는 ‘하나은행 2012 내셔널바둑리그’는 참가 13개 팀이 풀리그(13라운드)로 정규리그를 치렀으며 이 중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스탭래더 방식으로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우승팀에게는 2,000만원, 준우승팀에게는 1,000만원의 상금을 준다. 포스트시즌 모든 대국의 제한시간은 30분 30초 3회. 더 자세한 사항은 내셔널리그 홈페이지(http://hanabank.cyberoro.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2013 내셔널리그 홈페이지로 이동한다.
▲ 지금은 내셔널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이다.
▲ 전북알룩스의 검토진. 1국을 모니터로 보던 우동하가 묘한 웃음을 띄고 있다.
▲ 서울천일해운의 검토진. 고형옥 감독(왼쪽 흰옷)과 정훈현(오른쪽)이 1국을 검토하고 있다.
▲ 심각한 표정으로 검토하는 정훈현.
▲ 전북알룩스의 주니어선수 박종욱.
▲ 승리의 감격. 1국에서 이현준이 박종욱을 꺾었다.
▲ 1국에서 승리한 이현준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울천일해운 검토진으로 왔다.
▲ 기뻐하는 고형옥 서울천일해운 감독.
▲ 박종욱이 비세에 빠지자 유정용 전북알룩스 감독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 유정용 전북알룩스감독(왼쪽)이 1국 대국자 박종욱과 함께 아쉬웠던 부분을 복기해 보고 있다.
▲ 전북알룩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등판한 주니어부문 다승&승률1위 우동하의 착수.
▲ 범상치 않은 이름 '훈현' 성은 정. 어딘가에 '창호'도 있을 텐데...
▲ 전북알룩스가 우동하vs정훈현의 2국 검토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왼쪽은 5국을 준비하고 있는 채현지.
▲ "나, 너무 못 뒀지?" 2국을 끝내고 익살스런 표정으로 전북알룩스 팀원들에게 찾아온 우동하(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