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다웠다. 축머리 공방부터 시작해 시종일관 난전이었다. 1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K-바둑스튜디오에서 2013 하나은행배 내셔널바둑리그 준플레이오프 5국에서 김세현(서울천일해운)이 채현지에게 294수 끝에 백불계로 이기면서 종합전적 3-2로 서울천일해운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축머리 공방은 어렵게 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어렵게 꾸려갈 수 있다. 작전 자체가 아주 골치 아파지며 정상급기사라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 축머리를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세현은 생각이 지나쳤는지 위력없는 축머리를 쓴다. 이 때문에 채현지가 중앙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면서 초반은 채현지의 우세. 그러나 곧 이어진 우변 공방에선 김세현이 대마를 잡을 찬스를 맞이한다. 그런데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다시 바둑은 길어졌다. 채현지와 김세현 중 누가 전력상 우위에 있느냐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각종 아마대회에서 수많은 우승을 한 관록을 보자면 김세현쪽으로 기운다. 이에 반해 채현지는 우승이 없다. 하지만 연구생 출신들은 모두 베일 속에 가려진 채 공부하기 때문에 경력이 많지 않을 뿐 실력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없다. 채현지는 정규시즌에서 첫판만 이기고 나서 내리 8연패하면서 성적이 저조했으나 후반 3연승하면서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또 올해여류입단대회에선 입단에 성공한 강다정을 예선에서 이긴 적 있다. 중반을 맞은 바둑은 엄청난 난전 양상이었다. 김세현의 대마가 위험해보였기 때문에 양 팀 검토진은 긴장하고 있었는데, 돌연 채현지의 손길이 사활과는 관계없는 좌상귀를 향하면서 검토실에선 탄성이 터져나왔다. 각기 다른 의미였지만. 이때부터 김세현이 아주 유리해졌다. 이후 바꿔치기를 통해 김세현은 처음에 의도했던 우변 대마를 잡아 승세를 굳혔다. 채현지도 나름대로 전개해 놓은 진영이 있었지만 다소 엷었다. 끝내기에서 차이는 좁혀졌지만 뒤집어지진 않았다. 서울천일해운은 정규2위 충청북도와 9월 25일~27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승리를 결정지은 김세현은 "정말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다. 몹시 지친다. 내가 프로도 아닌데 이런 어려운 바둑을 두다니…." 라고 흥분된 상태에서 소감을 말했다. 고형옥 서울천일해운 감독은 "시니어기사들에게 믿음을 보낸 게 승리의 요인이라고 했다." 또 "주니어선수 이현준가 최고의 활약을 해주었다. 프로가 되어 참가하지 못한 박태희 선수가 만약 있었다면 3-1 승리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를 대신해 출전하게 된 김여원에 대해선 "정보가 없는 관계로 사실 김여원 선수에 대해선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여원 선수의 승리 가능성은 반반 정도로 보고 있었다."고 했다. 충청북도와의 플레이오프에 대해선 "최현재 선수만 아니라면 확실히 자신 있는데..."라고 운을 뗀 뒤 "선수들에게는 프로를 한 번 이겨보라고 사기를 북돋워줬다"고 말했다(최현재는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포인트입단했다. 하지만 내셔널바둑리그 규정상 프로로서 공식대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선 계속 출전이 가능하다.) 하나은행이 후원하고 (사)대한바둑협회와 K-바둑이 주최•주관하는 ‘하나은행 2012 내셔널바둑리그’는 참가 13개 팀이 풀리그(13라운드)로 정규리그를 치렀으며 이 중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스탭래더 방식으로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우승팀에게는 2,000만원, 준우승팀에게는 1,000만원의 상금을 준다. 포스트시즌 모든 대국의 제한시간은 30분 30초 3회. 더 자세한 사항은 내셔널리그 홈페이지(http://hanabank.cyberoro.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2013 내셔널리그 홈페이지로 이동한다.
▲ 고형옥 서울천일해운 감독(왼쪽)은 "우동하 선수 같은 인재를 어떻게 발굴했느냐"고 물으러 유정용 감독이 있는 전북알룩스 진영을 찾았다. 유정용 감독은 "우동하 선수가 제대 후 대회에 잘 참가하지 않아 감독들이 우동하 선수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난 관찰해 두고 있었다."고 답했다.
▲ 5국을 심각하게 검토하던 전북알룩스.
▲ 김세현이 초반 좋은 기회를 놓친 순간 아쉬워하는 서울천일해운.
▲ "어찌나 머리가 아팠는지..." 승리한 김세현과 감독.
▲ 팀 승리를 확정지은 김세현을 서울천일해운팀이 축하해 주고 있다.
▲ 대국 시작 20분 전부터 대국석에 앉아 숨을 고른 채현지(전북알룩스). 채현지는 13일 새벽1시, 같은 팀 우동하에게 카톡으로 스파링 한 대국을 부탁해 온라인으로 한수했다.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려고 했던 것.
▲ 앳된 외모이지만 엄청난 난전을 치러냈던 채현지. 채현지는 정규리그 부진을 5국 승리로 만회하고 싶어했지만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놓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 김세현은 사람 좋고 마음이 여려 고형옥 서울천일해운 감독의 우려를 사고 있었다. 김세현은 그러나 실전에서 흔들림이 없었다. 초반 축머리 공방에서 실패했지만 이내 냉정을 회복했다.
▲ 플레이오프를 앞둔 고형옥 감독 "충청북도는 전직프로 김희중 선수와 현직프로 최현재 선수가 참가하고 있어 전력이 탄탄한 팀이다. 우리 선수들에게 기왕 이렇게 된 거 프로를 이겨보자고 했다."
▲ 내셔널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의 제한시간은 30분 30초 3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