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오더를 볼 수 있다는 건 큰 이점이다. 내셔널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은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진행되는데 매번 하위 팀이 오더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그만큼 상위팀이 유리하다. 2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열린 하나은행배 2013 내셔널바둑리그 플레이오프1차전은 충청북도(감독ㆍ김만수)와 서울천일해운(감독ㆍ고형옥)의 대결. 준플레이오프에서 전북알룩스를 꺾고 올라온 서울천일해운은 오더를 충청북도에 공개했고 충청북도는 이를 보면서 오더를 짰다. 아니나다를까. 충청북도는 충분히 공개된 오더 덕을 보는 듯했다. 두 팀은 정규리그 1라운드에서 맞붙었는데 당시 충북 주니어선수 2명이 모두 승리했다. 이번 충북 주니어선수들의 상대는 각각 그때와 같았다. 즉 1국은 최현재(충청북도) 대 이현준. 2국은 김정훈(충청북도) 대 정훈현이었다. 서울천일해운은 설욕전을 기대했을 테지만, 안 그래도 유리한 충청북도는 예전보다 한층 더 강해 보였다. 최현재가 얼마 전 프로기사가 됐기 때문이었다.‘첫날부터 충북이 2-0으로 앞서는 것은 아닐까’하는 것이 지배적인 예상이었다. 프로 최현재와 이현준의 1국이 시작됐다. 평온한 기풍들의 만남이어서 그런지 서로 간 크게 도발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결국 계가 바둑이 됐고, 최현재의 실수가 많았지만 초반에 벌어둔 실리가 많은 최현재는 인내 끝에 3집반승을 거뒀다. 역시 예상대로 흐르는가. 한데 김만수 충청북도 감독은 의외의 말을 한다. 오더를 짤 때 상대 서울천일해운이 내놓은 오더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현재는 프로이니 확실한 1승을 챙겨줄 것으로 보고 팀의 사기 진작을 위해 1국에 배치했고, 혹시 모르게 2패로 몰리게 될 사태를 대비해 정규리그에서 팀의 버팀목이 되어 온 김희중 선수를 5국으로 빼지 않는 등의 생각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오더야 어찌 됐든, 전직프로 김희중, 갓 프로가 된 최현재 등 노소가 고루 강력한 충청북도는 정규리그 때 6라운드까지 무패 행진을 했고 줄곧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막강한 팀. 서울천일해운은 전력 열세와 공개오더의 불리함을 안고서 2국을 맞이했다. 2국은 김정훈(충청북도)와 정훈현의 대결. 서울천일해운이 신뢰하는 정훈현은 내셔널리그를 통틀어 가장 발빠른 행마를 자랑하는 선수다. 이 대국에서 그 장기는 여실히 발휘됐다. 정훈현의 빠른 발에 페이스를 잃은 김정훈은 스텝이 꼬였고 공배 연결에 가까운 수를 연발했다. 이 바둑을 K-바둑에서 해설하던 이현욱 8단은 “김정훈 선수는 자신의 팀이 1국에서 승리해 여유 있게 대국에 임했을 텐데 왜 저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훈현은 불필요한 패를 만드는 등 위험을 부르기도 했지만, 곳곳에서 번개 같은 움직임으로 반상을 주도하면서 결국 불계승을 거뒀다. 이렇게 1-1이 됐다. 김정훈이 돌을 거둘 때 서울천일해운 검토진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26일은 김희중(충청북도)vs조민수가 벌이는 3국과 김현아 김세현이 격돌하는 4국이 펼쳐진다. 승부가 길어질수록 화력을 앞쪽에 쏟아 부은 충청북도가 불리해진다. 하나은행이 후원하고 (사)대한바둑협회와 K-바둑이 주최•주관하는 ‘하나은행 2012 내셔널바둑리그’는 참가 13개 팀이 풀리그(13라운드)로 정규리그를 치렀으며 이 중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스탭래더 방식으로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우승팀에게는 2,000만원, 준우승팀에게는 1,000만원의 상금을 준다. 포스트시즌 모든 대국의 제한시간은 30분 30초 3회. 더 자세한 사항은 내셔널리그 홈페이지(http://hanabank.cyberoro.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2013 내셔널리그 홈페이지로 이동한다.
▲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인한 입단포인트 누적으로 정규시즌에 프로기사가 된 최현재(왼쪽)는 김만수 감독의 두터운 신뢰에 화답하듯 이현준(서울천일해운)을 맞아 안정적인 승리를 챙겼다.
▲ 이현준은 정규리그 때의 설욕에 실패했다.
▲ 이현준.
▲ 최현재.
▲ 인파로 북적이는(?) 서울천일해운 검토진.
▲ 내셔널리그 선수였으나 지난 7월 프로기사가 된 박태희 선수가 자신의 소속팀 서울천일해운을 응원하려고 나타났다.
▲ 승리로, 난적 충청북도와의 경기에서 균형을 잡은 데 하나의 역할을 한 정훈현(왼쪽).
▲ 이름이 훈현이기 때문일까. 광속 행마를 자랑하는 정훈현은 특유의 발빠름을 이 대국에서 최대한 발휘했다.
▲ 포스트시즌을 맞은 내셔널바둑리그.
▲ 관심이 쏠린 2국. 충청북도 검토진.
▲ "(2국의) 상황이 어떤가?"- 김희중(왼쪽), "길어질 것 같네요."-김만수 충청북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