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백이 이겼네요. 흑이 도저히 덤을 낼 수가 없습니다. 중앙 한 칸 뜀이 패착이네요." 종반 무렵 생방송 해설자 이현욱 8단의 진단이 있었고, 계가를 마치자 반면 빅. 백은 덤 6집 반을 남겨 최종전 승리를 가져갔다. 27일 K바둑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 내셔널리그 플레이오프 최종 5국에서 김정우 아마 7단이 269수 끝에 김여원 아마 5단을 상대로 백 6.5집승해 충청북도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렸다.
정규리그에서 계속 1위를 유지하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간발의 차로 2위로 떨어진 충청북도팀은 올해의 강력한 우승후보.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전북알룩스를 제치고 올라온 서울 천일해운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 서로 승패가 엇갈리며 2-2의 상황. 김정우와 김여원의 최종전에서도 형세는 계속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천일해운팀의 고속질주는 여기까지였다.
하변에서 백의 행마가 느슨해 중반까지는 완연한 흑의 우세. 대마를 몰아가며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흑은 결정적인 패착을 둔다. 중앙에서 한칸 뛴 수가 헛수라 몰리던 백대마는 중앙에 빵따냄을 얻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는 보가였던 흑의 상변을 깊숙히 삭감하고, 우변의 7점도 끊어잡아 쉽게 백의 승세를 확립했다. 방을 따로 잡은 각 팀 검토진의 형세판단도 재미있었다. 승부처가 올 때마다 상대편이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며 난국타개의 수찾기에 골몰하는 모습. 서울 천일해운은 팀의 주축이었던 박태희가 지난 8월 입단해 전력에 손실이 있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는 서울 건화도 입단한 강다정 대신 박지영이 출전한다. 반면 충청북도는 최현재가 뒤늦게 포인트 입단했지만, 아직 공식대국이 없어 규정상 포스트시즌을 함께 갈 수 있는 행운이 따랐다. 충청북도의 김만수 감독은 "오늘의 승리는 마지막 대국의 중압감을 이겨낸 김정우 선수의 정신력 덕분이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모두 3-2의 승부가 났다. 그만큼 각 팀의 전력이 고르다는 이야기고, 챔피언결정전도 역시 최종국까지의 대결을 예상하고 있다. 정규리그에서 봤듯이 서울 건화도 전력이 상당히 탄탄한 팀이다. 하지만 우리팀은 올해를 우승하기 가장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번은 서울 건화가 양보하길 바란다."라는 소감과 선전포고(?)를 남겼다. 서울 건화와 충청북도의 챔피언결정전은 10월 2일~4일 K바둑스튜디오에서 열린다. 하나은행이 후원하고 (사)대한바둑협회와 K-바둑이 주최?주관하는 ‘하나은행 2012 내셔널바둑리그’는 참가 13개 팀이 풀리그(13라운드)로 정규리그를 치렀으며 이 중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스탭래더 방식으로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우승팀에게는 2,000만원, 준우승팀에게는 1,000만원의 상금을 준다. 포스트시즌 모든 대국의 제한시간은 30분 30초 3회. 더 자세한 사항은 내셔널리그 홈페이지(http://hanabank.cyberoro.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2013 내셔널리그 홈페이지로 이동한다.
▲ 입단한 박태희 대신 천일해운팀에 들어온 김여원 선수. 마지막 대국의 긴장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좋은 바둑을 놓쳤다.
▲ 김정우 선수는 국후 "봐줘서 이겼다. 팀에서 내가 제일 약하다. 챔피언결정전도 나만 잘 하면 우승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 나란히 앉아 검토중인 서울 천일해운팀. 박태희의 공백이 컸다.
▲ 충청북도팀의 검토실. 포인트입단에 성공했지만, 아직 정식대국이 없어 최현재는 포스트시즌 대국을 둘 수 있었다.
▲ 김정우 선수는 검토실에 들어서며 "저 때문에 조마조마 하셨죠?" 라면서 쑥쓰럽게 웃었고, 팀의 최연장자 김희중은 "이겼으면 잘 둔거야"라고 말하며 등을 두드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