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사람은 일찌감치 준플레이오프 3-6위전 3국의 승패는 정해져 있다고 봤다. 심우섭(서울 건화) 같은 강자를 최계성(충청북도)이 이길 확률은 너무나도 적다는 것이었다. 정규리그에서 최계성은 시니어개인성적 최하위(1승10패)였고, 심우섭은 2위(8승3패)였다. 서울 건화는 승리의 동그라미를 미리 쳐 놓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대국에 들어가자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포석을 잘 짜놓고 곤마 타개에 성공한 최계성이 우세했다. 막판까지도 그랬다. 충청북도 김만수 감독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제 계가가 맞습니까? 우리 최계성 선수가 유리하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데요…” 충북바둑협회 회장이었다. “단수를 못 보는 실수 같은 것만 하지 않으면 이겼습니다.” 김 감독이 대답했다.
▲ 정규리그 시니어개인 순위에서 최하위였던 최계성(왼쪽)은 시니어 2위 심우섭과 마주하고 있었다.
▲ 충청북도 검토진. 왼쪽이 김만수 감독.
▲ 서울 건화 검토진. 왼쪽이 임동균 감독.
분위기가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바로 그 순간 최계성이 마구 흔들렸다. 단수를 못 보는 정도의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까지 잘 싸워온 것에 비하면 이해할 수 없는 수순들이었다. 결국 이변은 없었다. 노련한 심우섭이 낸 마지막 문제에서 최계성은 넘어졌다.
▲ 심우섭의 마지막 '문제'는 알쏭달쏭했다. 심우섭은 후반에 역전승을 거뒀다.
▲ 복기하는 심우섭.
3국을 서울건화가 가져갔고 4국 김창훈(충청북도)-박강덕(서울 건화) 대결에서 김창훈이 이겼다. 2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K-바둑스튜디오에서 2015 내셔널바둑리그 준플레이오프 2경기(3-6위전) 3국과 4국이 열렸다. 앞서 열린 1국과 2국에선 두 팀이 한 판씩 주고 받은 상태였다. 1국에선 막판까지 승리가 확실시되던 김현아를 서울건화의 김동근이 꺾었다. 2국에선 정규리그 주니어다승왕(9승) 조남균(충청북도)이 서혜성(서울 건화)을 꺾었다.
▲ 충청북도 김창훈(20). 정규리그 5승6패. 주니어아마랭킹 28위.
▲ 서울 건화 박강덕(20). 정규리그 3승8패, 주니어아마랭킹 29위.
이로써 최종 승부는 김정우(충청북도)와 한유정(서울 건화)이 벌이는 5국에서 결정된다. 정규리그 때는 충청북도가 서울 건화 3-2로 꺾었다. 5국은 23일 오후 8시 K-바둑스튜디오에서 속개된다. 사이버오로는 2015 내셔널바둑리그 포스트시즌 대국을 <오로대국실>에서 수순 중계한다.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를 통해 <오로바둑> 앱으로 관전할 수 있다.
대한바둑협회가 주최ㆍ주관하는 ‘2015 내셔널바둑리그’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고 한국바둑방송과 세계사이버기원 사이버오로가 협력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30분에 30초 초읽기 3회씩이다.
▲ (서울 건화 임동균 감독;왼쪽) "옛날엔 우승 한번 하면 상금이 몇 백만원하는데도 한 턱 내고 나면 없곤 했어. 마이너스가 된 적도 있었지." (가운데는 충청북도 시니어 최계성 선수). (서울 건화 시니어 심우섭 선수;가장 오른쪽) "어, 나도 마이너스가 크게 난 적이 있었는데..." (임동균 감독) "마누라는 요즘 '마이너스라도 좋으니 우승만 해오라'고 하더군 ^^"
▲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K-바둑 스튜디오는 바깥에서 볼 때 이렇게 신비하게 생겼다.
▲ 최종국을 가려면 반드시 이겨야 하는 4국. 충청북도 주니어 김창훈은 대국을 목전에 두고 김만수 감독이 준 묘한 물체를 집어들었다. 앗, 이것은 청심환.
▲ (검토실에서, 배달 시킨 중국집 볶음밥으로 허기를 달래던 김만수 감독) "광X제약 제품을 특별히 준비하였느니라. 나도 첫 해설 생중계할 때의 공포와 긴장을 이걸로 이겨냈느니..."
▲ 최근 K-바둑의 검토실 바둑판은 특이하다. 강의용 자석바둑판을 눕혀 놓은 것 같다.
▲ 자성을 띤 바둑알들. 바둑통 속에서 수도 없이 들러붙어서 뱀처럼 길게 늘어진다.
▲ 먹을 게 많아 더욱 즐거운 검토실.